[인터뷰] 킴 마제루스 AWS 부사장 “교사는 더 이상 ‘무대 위의 현자’가 아니다”
AI 교육 성공은 기술보다 교사 역할 변화에 달려있어 개인화 학습 구현하려면 콘텐츠 품질과 교사 지원 필수
“더 이상 교사는 교실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무대 위의 현자(sage on the stage)’가 아닙니다. 이제 교사는 학생 옆에 서서 그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와주는 멘토이자 코치입니다.”
킴 마제루스(Kim Majerus) 아마존웹서비스(AWS) 글로벌 교육 담당 부사장이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교육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한국에 던진 메시지다. 그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DC 서밋 2025’ 기간 기자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AI 교육 성공은 첨단 기술보다 교사 역할의 근본적 변화에 달려 있다”며 한국 교육계가 변화에 열린 마음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제루스 부사장은 시스코 시스템즈(Cisco Systems)에서 16년간 아일랜드 총괄 매니저, 미국 주정부·지방정부·교육 시장 부문 부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AWS 글로벌 교육 담당 부사장으로 400명 이상의 팀을 이끄는 교육 IT 전문가다. 시스코 시스템즈 시절 메리 맥앨리스(Mary McAleese) 아일랜드 대통령의 혁신 프로젝트 ‘Your Country, Your Call’에 참여해 기술을 통한 국가 혁신을 주도했고, 스테이트 스쿱(State Scoop) 2021년 상위 50대 업계 리더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교육 기술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 개인화 학습의 성공 조건
한국은 올해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시범 도입했다.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통한 개인화 학습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12개 발행사가 제작한 76종이 까다로운 검정을 거쳐 선정됐다. 하지만 전국 학교 중 32%만이 도입을 선택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아직 높지 않은 상황이다.
킴 마제루스 부사장은 AI 교육의 성공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콘텐츠가 국가 표준에 부합하는 품질과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고, 둘째는 AI로 개인화 학습을 가능하게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 차이에서 찾았다. 학생들은 서로 다른 속도로 학습하는데, 학생이 유창하게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면 더 복잡한 문제로 도전시킬 수 있고,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있다면 즉시 어디서 막혀 있는지 파악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역할 전환과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검증된 콘텐츠가 사용 가능한 상황에서 교사들에게 동일한 기술과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 데이터로 학생 성공 예측
마제루스 부사장은 글로벌 교육 기업들의 AI 기반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피어슨(Pearson)은 AWS와 파트너십을 통해 개별 학습자의 수준에 맞춘 교육 콘텐츠를 AI로 추천하고 있다. 퀴즐렛(Quizlet)은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을 활용해 다른 분야에서 STEM으로 전환하려는 여성들에게 무료 AI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베드록은 다양한 대형언어모델(LLM)을 제공하는 AWS 서비스다.
한국에서도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여대는 AWS의 아마존 세이지메이커(Amazon SageMaker)와 퀵사이트(QuickSight)를 활용해 학생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세이지메이커는 머신러닝 모델 개발 플랫폼이고, 퀵사이트는 데이터 시각화 도구다. 출석률, 성적, 생활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해 중퇴 위험이 높은 학생을 미리 찾아내 상담과 지원을 제공한다.
마제루스 부사장은 “학생이 하루, 3일, 5일을 결석하면 중퇴율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명확한 지표가 있다”며 “학교가 이런 학생과 가족에게 즉시 개입하지 않으면 중퇴 위험이 계속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의 성공을 예측하려면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보유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학생들이 어디서 어려움을 겪는지 파악하고,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위성으로 교육 격차 해소
한국이 목표로 하는 사교육 격차 해소에 대해 마제루스 부사장은 접근성이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도시와 농촌, 부유층과 서민층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교육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격차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한 기술적 해법으로 AWS의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를 제시했다. 수십만 개의 저궤도 위성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농촌이나 산간 지역에서도 도시와 같은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한 곳에서는 기기에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두고, 연결되면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보완한다.
하지만 그는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어떤 학교도, 어떤 국가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해결책은 통하지 않는다”며 “각 교육 환경에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WS는 한국 교육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현재 85개 대학과 AWS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실업자나 구직자를 위한 12주 클라우드 교육 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급속한 기술 변화에 대해 마제루스 부사장은 “5년 전에는 클라우드가 화두였고, 지금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가 새로운 트렌드”라며 “기술 발전에 따라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AWS는 고객이 원하는 결과부터 생각해서 거꾸로 해법을 찾는다”며 “한국 교육의 미래도 학생과 교사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