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 AI 혁신 기술은”… 국가AI연구거점, 연구 성과 대거 공개
서울 AI 허브서 AI 혁신 쇼케이스 개최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부터 로봇 파운데이션·고차원 생성 모델까지
“저품질의 3D 모델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높은 품질의 3D 모델로 만들어냈습니다.”
19일 서울 양재 서울 AI 허브 국가AI연구거점(NAIRL)에서 열린 ‘AI 혁신 쇼케이스 NAIRL 2025’에서 조성형 포스텍 교수는 저품질 3D 모델을 고해상도 텍스처(질감)와 매끄러운 형태를 갖춘 고품질 콘텐츠로 바꾸는 AI 기술을 선보였다.
조 교수는 “게임, 영화, VR 등에서 활용되는 고품질 3D 모델을 누구나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저품질 3D모델의 텍스처와 입체적인 형태를 자동으로 다듬어 고품질 모델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AI연구거점에서는 AI 분야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선진 연구 성과들이 대거 공개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원으로 설립된 국가AI연구거점은 KAIST·고려대·연세대·POSTECH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운영, 국내외 최고 수준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아울러 세계적 연구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AI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날 진행된 ‘AI 혁신 쇼케이스’에서 국가 AI 연구거점은 지난해 10월 개소 이후 수행해온 주요 연구 중 핵심 성과를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했다. 발표된 연구는 △뉴럴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 △고차원 생성형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 등 세 가지 분야로 구성됐다.
◇ 스케일링 법칙의 벽을 뛰어넘는 연구
오전 세션에서는 ‘뉴럴 스케일링 법칙 초월 연구’라는 주제로 AI 모델의 성능·효율·안정성을 향상하는 4건의 대표 연구가 발표됐다. 이 연구들은 AI 모델 규모 확장에 따라 학습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환경 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이다.
양은호 KAIST 교수는 시각 이미지 생성 모델의 속도 한계를 개선한 연구를 소개했다. 이미지 생성의 느린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측 생성’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그는 “언어 AI에서 쓰이던 기법을 이미지 생성에도 적용했다”며 “이미지 품질은 유지하면서도 생성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병준 고려대 교수는 모델 학습 과정에 강화학습 기반 실시간 최적화 전략을 도입해 학습 효율을 높이고 자원 소모를 절감한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그는 “AI 모델을 훈련시킬 때 어떤 타이밍에 데이터를 써야 가장 효율적인지 고민했다”며 “학습 중 손실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시점을 예측해 자동으로 학습 순서를 정해주는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알버트 연세대 교수는 디퓨전 모델의 기하학적 특성을 활용한 메모라이제이션(memorization) 현상 분석과 새로운 측정 지표 개발을 통해 데이터 과적합 위험을 사전 탐지하고 생성 샘플의 안정성을 강화한 연구를 소개했다. 이는 생성형 AI의 과도한 데이터 복제를 막기 위한 연구로 생성 과정 중 과적합 위험을 사전에 감지해 이를 유도하는 언어 토큰을 분석해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는 “AI가 만든 이미지가 진짜로 창의적인 건지, 아니면 예전에 본 걸 그대로 따라한 것인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 범용 지능 갖춘 로봇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이어진 세션에서는 차세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과 고차원 생성형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가 소개됐다.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을 주제로 한 2부 발표에서는 다양한 로봇에 언어·영상·행동 지능을 통합 적용할 수 있는 범용 AI 기술이 중점 소개됐다. 로봇이 단순 명령어 대신 자연어를 이해하고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며 복잡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이 연구 성과들이 소개됐다.
조민수 포스텍 교수는 “기존 로봇 연구는 정형화된 환경과 태스크에 국한돼 있어 범용 지능을 갖춘 로봇을 만들기 어려웠다”며 “여러 가지 상호작용 시나리오를 결합한 새로운 멀티태스크 시뮬레이션 환경을 개발했고 그 안에서 시각·언어·행동 모델이 연합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환경을 통해 로봇은 단순한 동작 수행을 넘어서 복합적인 언어-지각-행동 지시를 유기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
윤국진 KAIST 교수는 로봇이 단순히 물체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그 물체가 어떤 행동을 유도하는지까지 추론할 수 있는 지능형 로봇을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그는 “실제 물체 데이터셋을 활용해 로봇이 개체의 형태와 맥락을 바탕으로 ‘이걸 잡을 수 있는가’, ‘밀 수 있는가’ 같은 행위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학습시켰다”고 언급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고차원 멀티모달 데이터를 처리하는 생성형 AI 모델 연구들이 소개됐다. 연구팀은 영상, 언어, 시계열, 과학 데이터 등 다양한 초고차원 멀티모달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최대 256배까지 확대 가능한 초해상도 이미지 생성, 분자 구조 예측 등 연구가 주목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네이버클라우드, LG전자, 포스코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 조선해양 등 대기업과 인이지, 42마루, VESSL AI, 플레이오니 등 스타트업을 포함한 12개 기업이 참여했다. 각 기업은 별도 세션을 통해 자사의 AI 기술을 발표하고 연구진과의 협업 가능성을 논의했다.
김기응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이자 KAIST 교수는 “국가 AI 연구거점은 글로벌 연구 기관과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AI 3대 강국 국가 전략을 위한 AI 선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날 행사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산업 현장과 공유하고 인재들이 혁신 네트워크 속에서 성장하도록 돕는 중요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국가AI연구거점은 오는 10월 글로벌 국제포럼을 포함, 정기 세미나와 교류 행사를 통해 AI 분야의 개방형 혁신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