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 “지금 교육 시스템, 5년 후 붕괴”
미래 인재는 AI 부릴 수 있는 상상가 “AI 강국 되려면 커뮤니티형 교육·연구 확장해야”
[편집자 주] 조선미디어그룹이 설립한 인공지능 전문 매체, ‘더에이아이(THE AI)’가 창간 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THE AI는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전부터, AI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깊이 있는 취재와 분석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5주년 특집에서는 국내외 AI 석학 및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합니다. AI 혁명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여러 전문가의 통찰과 비전을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5년 안에 기존 교육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김승일 모두의연구소 대표는 이 같이 말하며 현재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이 곧 학생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입식 교육 붕괴를 가속하는 이유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AI 기술은 학습 방식뿐만 아니라 교육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이 변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승일 대표가 이끄는 모두의연구소는 2015년 창업 이후 커뮤니티 중심 기업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연구계의 에어비앤비’를 지향하고 있다. 커뮤니티 중심의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대학 안에 있는 랩이 아닌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랩을 만들어 누구나 모여서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한 것이다. 이는 연구는 대학원에서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 AI 교육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AI 학교 ‘아이펠(AIFFEL)’을 만들기도 했다.
실제 모두의연구소가 운영하는 ‘페이퍼샵’은 최근 1년 간 NAACL, ICLR, AAAI, CVPR 등 글로벌 탑 AI 학회에 총 85편의 논문을 발표하거나 게재했다. 성과도 뛰어나다. ‘페이퍼샵’과 같은 커뮤니티 기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네이처 자매지 중 하나인 사이언티픽리포트, 세대 최대 규모의 음성 국제 학술대회인 인터스피치 등 유명 학술지에 매년 30편 이상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치과의사, 약사, 개발자, 학생 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주말마다 모여 세계적 학회에 논문을 내는 걸 보면 이게 바로 커뮤니티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연구로 ‘케어링노트랩’의 프로젝트를 꼽는다. 이 프로젝트는 복약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독거노인을 위해 약사들이 손쉽게 상담할 수 있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그는“수기 작성으로 30분 소요됐던 상담이 AI 도구 개발로 5분으로 줄어들어 어르신들의 약 복용을 쉽게 도울 수 있었다”며 “AI가 실제 일상에 미치는 사회적 임팩트를 체감한 순간”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래 인재들은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AI가 정보를 생성하고 분석하는 것을 잘하지만 실제 세상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얘기다. 김승일 대표와 미래 교육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어떤 가치와 철학이 지금의 모두의연구소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사람들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이 갖고 있는 조직 구조로는 해결이 불가하니 갈등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바꿔 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부터 해결하자고 생각했다. 서로 도와가면서 지식을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서로 가르치고 커뮤니티 교육을 통해 한 발짝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10년 동안 목표로 해왔고, 앞으로도 그 방향을 유지할 거다.”
- 원래의 교육과 AI 시대 교육은 어떻게 다른가.
“지식 전달형 교육이 위주였다. 지금은 AI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능동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사람은 AI를 가지고 무엇을 만들어낼지 상상하고 능동적으로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 AI 발전의 핵심에는 오픈소스와 연구자 간 교류 즉 커뮤니티가 있었다. 커뮤니티 중요성은 무엇인가.
“전 세계의 AI 개발자는 초대형 커뮤니티라고 생각한다. AI 발전 자체가 이 초대형 커뮤니티로 인해 생겼다고 본다. 자발적인 연구자들이 지식을 나누면서 발전해 왔다. 반면 오픈AI처럼 정보를 감추는 경향도 있다. 최근 딥시크 등장으로 오픈AI도 공개에 대해 고민을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의 힘은 AI 시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오픈소스, 기술 공유는 AI 기술 발전의 진정한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AI 산업의 오픈소스 문화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는가.
“오픈소스를 공개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식으로 발전 시켜왔다. 오픈AI는 기업명과 달리 폐쇄적이지만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장으로 오픈적인 접근이 늘어나고 있다. 오픈소스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 AI 발전은 여전히 커뮤니티와 협업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 범위와 형태만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 일반적인 교육기관과 비교했을 때 아이펠만의 차별화된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
“커뮤니티형 교육을 운영 철학으로 하고 있다. 교실이 시끄러워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기존 교육은 조용히 듣고 외우는 주입식이지만, 아이펠은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서로에게 배우는 ‘커뮤니티형 교육’을 지향한다. 강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구조가 아니라 학습자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주도적으로 성장하는 환경이다. 이러한 커뮤니티 중심 교육 방식을 더 많은 곳에 전파하고자 한다. 타 기업이나 기관도 자유롭게 모두의연구소를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오픈하고 강연도 하고 있다.”
-아이펠은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지역에 8개의 캠퍼스를 운영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오프라인 중심의 커뮤니티 교육이 어려워지면서 지역 거점 캠퍼스들을 축소하게 됐다. 교재와 커리큘럼 등 교육 포맷을 그대로 온라인 중심 운영으로 전환했다. 이를 계기로 아이펠의 학습 교재와 시스템을 온라인에 최적화된 형태로 개발할 수 있었다. 올해부터 온라인 기반 교육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 모두의연구소에서 커뮤니티 중심 연구에서 이뤄낸 대표적 성과는 무엇인가.
“매년 약 30편 이상의 AI 관련 논문이 세계 유수의 학회에 등재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구자 대부분이 전업 연구원이 아니라 취업 준비생, 치과의사, 직장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취미로 연구에 참여해 이런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커뮤니티 중심의 연구로 누구나 논문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냈다.”
- 기억에 남는 연구 성과는.
“‘케어링노트랩’이라는 프로젝트이다. 약사 비영리 단체 ‘늘픔 가치’와 협업해 독거노인 대상 복약 지도를 AI 기술로 돕는 시스템을 만든 사례이다. 약사분들이 남는 시간에 독거노인분들 복약 지도를 해주는 봉사를 하고 있었다. 기존에는 약사분들이 한 분 한 분 상담하며 수기로 적고 복약 지도 하는 데 30분 가까이 소요되던 작업에 AI 툴을 만들어 적용한 것이다. 이 복약 AI 툴로 30분 과정을 단 5분으로 효율화했다. 이러한 임팩트 있는 프로젝트가 지난해 9개 진행됐고 올해 2기에서는 총 7개 랩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AI·SW 인재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지금 기업도 사회도 정확히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정의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래서 기준 없는 채로 모든 걸 잘하는 경력직을 찾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AI 시대에 진짜 중요한 역량은 비판적 사고력과 실행력이다.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지식인’의 시대는 지났다. AI 시대는 상상력이 중요해진다. 상상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실행력이 핵심이 될 것이다. 결국 내가 팀장이 돼 AI를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인재 문제 해결력을 가진 창의적이고 실행하는 역량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작고 컴팩트한 창업 경험을 교육에서 강력히 권장한다. 창업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실현해 보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 모두의연구소와 카카오임팩트 재단이 만들어가고 있는 '테크 포 임팩트' 커뮤니티 중심 랩들이 앞으로 미래에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에 다가올까.
“저희 ‘테크 포 임팩트’ 는 기술로 세상의 변화를 돕는 프로젝트로 보면 된다. 대학원과 기업 연구소의 중간 지점쯤 된다고 보시면 된다. 실제 사회에서 겪는 문제를 커뮤니티형으로 풀어가면서 연구와 개발이 병행된다. 대표적인 예가 ‘케어링노트랩’이다. 이 외에도 느린 학습자를 위한 번역기, 정신건강 챗봇, 지역 공공서비스 개선 등 일상에 바로 닿는 프로젝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 한국이 AI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전략에도 이러한 커뮤니티형 연구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보나.
“연구계 에어비앤비를 만들고 싶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거대한 기관이나 대학 중심의 연구가 중심인 가운데 작은 커뮤니티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모두의연구소 랩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가 커지면 더 많은 논문과 성과를 낼 수 있다. AI 3대 강국이 되려면 단순한 산학연을 넘어서 연구 커뮤니티라는 놀이터를 확장해야 한다. 커뮤니티 중심 연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놀고 싶은 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연구 놀이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에 주목해 연구 커뮤니티가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 AI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학습·참여 방식이 있다면.
“AI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학, 코딩도 잘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강조하고 싶은 건 역단계식 학습이다. 축구를 배우려면 공을 차봐야 하듯이 일단 만들어보고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다. 실전을 통해 필요한 지식부터 배우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국내 AI 연구와 교육 생태계가 글로벌 기준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나.
“실행해 본 경험이 부족하고 창의적인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문화가 문제다. AI를 기술적인 모듈 단위로 보는 것도 문제다. 서비스, 앱, 사회적 영향 같은 전체적인 관점을 봐야 한다. 가르치는 사람도 실행력이나 상상력이 부족하다. 가르치는 사람부터 바뀌어야 한다.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 모두의연구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개인적인 비전이 있다면.
“주입식 교육을 완전히 깨트리고 싶다. 모두의연구소의 비전이기도 하다. 정해진 답만 가르치는 주입식 교육이 AI 시대 필요하지 않다. 객관식 시험 보는 것 다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의 연결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 변화의 출발점이 바로 커뮤니티형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교실의 모습이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
- AI 발전에 따라 예상되는 세대·지역별 갈등은 무엇인가.
“AI 기술이 주목받기 전에도 세대 간의 갈등은 굉장히 심했다. 기존의 갈등의 경우 기성세대가 가진 세대이고 청년 세대가 못 가진 세대라면 AI 발전에서는 반대가 된다. AI를 활용할 줄 아는 ‘AI 네이티브’ 세대와 한 번도 써보지 않은 세대 간 격차가 클 거다. 같은 청년 세대 내에서도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 AI는 도깨비방망이다. 누가 쓰는가에 따라 10배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고 아닐 수 있다. 청년 세대 내에서도 AI를 잘 쓴 사람은 엄청난 부를 가질 수 있지만 AI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취업도 안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청년 간의 갈등도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역 간에도 수도권과 지역의 AI 격차가 나타난다. 지역은 교육 인프라도 부족하고 배운 걸 써먹을 기업도 없다.”
“이전에 지역 8개 AI 학교 아이펠을 운영해서 느낀 것은 서울과 지역의 AI 온도차는 크다는 것이다. 서울은 기업도 많고 누구나 AI를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고 지역은 IT 기업 자체가 일단 적다. 이에 배움이나 활용에 대한 욕구가 덜하다. 이는 지역 간 부의 격차로도 심화할 수 있는 문제다. AI가 수도권과 지역이 부의 격차를 가속화 할 수 있다.”
- AI 격차에 따른 해결책은 그럼 무엇인가.
“지역에 AI 리터러시 교육을 늘리는 것이다. 아이펠이 이런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해 시작됐다. 2019년부터 아이펠을 기획했다. AI 교육 자체가 지역에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사내에서 조사했을 때 AI 교육 80%가 수도권에 있었다. 이유는 지역에는 좋은 강사를 못 구한다. 예전에는 더 심했다. AI 개발자들이 전부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 몇 시간 강의는 있어도 6개월 교육할 강사는 없었다. 모두의 연구소는 강의 기반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AI 리터리시 문제 해결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강사가 없는 새로운 교육 방식을 만들어 토론형으로 사람들이 모여 배워나가는 아이펠을 만들었다.”
- 1~2년 이내에 커뮤니티 분야에서 AI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나.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주입식 교육과 달리 커뮤니티형 교육은 끊임없는 참여와 성장을 요구한다. 1~2년 내 변화는 커뮤니티형 교육을 얼마나 재밌게 만들 수 있는 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과 성과가 눈에 보이고 먹고사는 데 도움이 되는 구조로 이어진다면 교육의 판도 바뀔 것이다. 이것이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더 나아가 향후 5년 교육 분야는 AI로 인해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향후 5년 안에 기존 교육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 교육이 지금과 같다면 학생들은 AI 시대 불합리한 교육을 외면할 것이다. 이제 객관식 중심 교육은 AI가 더 잘한다.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세상과 연결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AI라는 도구를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가 훨씬 중요해졌다. 모두의연구소는 커뮤니티형 교육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우리가 만들어온 교육 방식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서로 돕고 함께 성장하며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형 교육과 연구다. 많은 분이 저희 교육을 직접 접하면 놀라고 감탄하지만,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아쉽다. 더 많은 분들과 함께 더 나은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많이 찾아와주시고 함께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