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업체, 대규모 구조조정
학교 선택 도입으로 교육 업체 손실 눈덩이 인력 감축 및 사업 축소… “불가피한 선택”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 교과서) 자율 선택 정책으로 수백억 원대 손실을 입은 에듀테크 업계가 경영 위기에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에듀, 비상교육, 웅진씽크빅, 천재교과서 등 AI 교과서 발행사 또는 참여 업체가 잇따라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모두 AI 교과서에 참여했다. 에듀테크 업체는 AI 교과서 의무 도입에서 선택적 도입으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떠안게 됐다.
한 업체 관계자는 “AI 교과서 참여 업체는 한 과목의 AI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최소 60~90억 원을 투입했다”며 “선정이 되지 않은 과목은 고스란히 손해 금액으로 기업이 감당해야 되는 것이고, 선정된 과목까지 선택 도입으로 전체 학교에 약 32%만이 도입되면서 초기 전부 의무 도입과 다르게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천재교육은 지난 21일부터 디지털학습지 ‘밀크티’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천재 교육 관계자는 “AI 교과서 전면 도입이 ‘선택 도입’으로 정책이 갑자기 바뀌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됐다”며 “이에 따라 인력 축소와 재배치가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재교육은 일방적인 구조조정 논란에도 휩싸였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익명의 게시글에 따르면 천재교육이 700여명 직원을 대상으로 ‘권고 이직’이라는 표현으로 실업급여나 위로금 지급 없이 기존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천재교육 측은 “700명은 사실이 아니다”며 “AI 교과서로 인한 손해에 인력 효율화나 사업 축소를 논의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웅진씽크빅은 AI 교과서 개발 소속 직원 20여 명에 대해 권고사직 및 부서 재배치를 단행했다. 이같은 조치는 웅진씽크빅이 지난해 AI 교과서 검정 심사에서 탈락하자 사업 철수 수순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씽크빅 관계자는 “기존 투자 규모에 비해 사업의 불확실성 문제와 수입 창출이 힘든 상황에서 계속된 투자는 어렵다는 판단”이라며 “손해에 따른 불가피한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에듀도 디지털 전환과 AI 교과서 투자 여파로 인해 전체 인력의 30%를 구조 조정했다. 지난해만 연결 기준 영업손실 19억 5654만 원을 기록했다. 비상교육도 초중등 스마트 학습 브랜드인 ‘온리원’ 사업부를 축소하고 AI 교과서 사업부 인력을 재배치하는 식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교과서 의무 도입을 믿고 인력을 배치하고 투자를 늘려왔는데 향후 정책이 ‘선택 도입’으로 바뀌면서 초기에는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보고 있다”며 “향후 ‘의무 도입’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에 정부를 믿고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던 AI 교과서는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과목을 우선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말 최종 검정에 통과된 76종의 AI 교과서가 선정됐다. 하지만 교과서 지위로 학교에 의무 도입하기로 했던 AI 교과서는 지난해 국회에서 교과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통과됨에 따라 올해 ‘선택 도입’으로 정책이 바뀌었다. 현재 전국 AI 교과서 도입률이 32.4% 수준이다. 이에 업계가 투자 대비 수입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