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25] “AI 신시장, 차세대 ‘냉각 기술’ 잡아라”
국내 통신사, AI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로 글로벌 경쟁 생성형 AI 성장으로 AI 데이터센터 급증, 발열 문제 심화 차세대 냉각 기술, 에너지 효율·지속 가능성 핵심
생성형 인공지능(AI) 눈부신 발전 뒤에는 뜨거운 문제가 있다. AI 연산량과 데이터센터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며 발생하는 발열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국내 통신사들은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냉각 기술을 앞세워 AI 신시장 선점에 나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최신 기술을 선보이고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은 가운데 냉각 기술은 단순한 지원군을 넘어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 국내 통신사, 차세대 냉각 기술로 글로벌 시장 선점 나서
MWC 2025에서 국내 통신사들은 냉각 기술 경쟁을 펼쳤다. SK텔레콤은 5일(현지시간) 기가컴퓨팅, SK엔무브와 차세대 냉각 기술 개발을 위한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가컴퓨팅은 AI 서버와 액체 냉각 기술의 선두 주자로, 직접 액체 냉각(DLC), 수조형 액침 냉각(ILC), 정밀 액체 냉각(PLC)을 개발해왔다. SK엔무브는 냉각 플루이드 설계와 액침 솔루션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이들은 기술 검증부터 솔루션 기획까지 협력해 GPU 등 주요 부품의 발열을 최적화하고 AI 데이터센터 토탈 솔루션을 구축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같은 날 슈나이더일렉트릭과도 AI 데이터센터 MEP(기계·전력·수배전) 시스템 협력을 맺었다. 국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설과 글로벌 진출이 목적이다. 양승현 SK AI R&D 센터장은 “액체 냉각 기술로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역시 관련 기술을 내왔다. LG전자,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와 손잡고 차세대 액체 냉각 솔루션을 공개했다. GST는 서버를 절연유에 담가 열을 제거하는 액침 냉각 기술을 LG전자는 순환수 기반 CDU(냉각분배장치)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 솔루션은 100kW 이상 고집적 랙을 냉각해 에너지 사용을 최대 90% 줄이고 모듈식 설계로 확장성과 유지보수 효율성을 높였다. 정숙경 LG유플러스 AIDC사업담당(상무)은 “차세대 액체냉각 솔루션을 전 세계에 소개하고 고성능 AI 컴퓨팅에 최적화된 냉각 기술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 AI 신시장, 냉각 기술
챗GPT, 제미나이, 그록 같은 거대 모델이 등장하면서 필요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와 AI 연산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점점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문제는 전력 소모만큼이나 커지는 발열이고 이 발열을 냉각하기 위해 또 전력과 물이 소모된다. 데이터센터의 경우 전력량 가운데 30~50%는 열을 낮추는 데 사용하고 있다.
냉각 기술은 단순히 서버를 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발열을 관리하면 하드웨어 수명이 늘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지며 탄소 배출도 줄어든다. 이는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예컨대 과열로 인한 성능 저하(스로틀링)는 AI 연산 속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GPU나 CPU 손상까지 부른다.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THE AI와 신년 인터뷰에서 “냉각 기술이 AI 성능, 비용 효율을 넘어 환경까지 영향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기술”이라며 “AI 발전 수혜 시장으로 ‘냉각’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앞서 AI 기술의 빠른 성장으로 2050년까지 전 세계 전기 사용량이 최대 75% 급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글로벌 AIDC 규모가 지난해 1조달러에서 5년 뒤 2배로 늘어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냉각 기술은 기존 간접 방식으로 공랭식(팬으로 공기를 순환시키는 전통 방식), 수랭식(물이나 냉각제를 파이프를 통해 순환시키는 전통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고성능 GPU에서 발생되는 열을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비전도성 액체에 담가 냉각하는 방식인 액침냉각 기술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열전도율이 공기보다 25배 이상 높아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기존 공랭식 대비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을 90% 절감할 수 있다.
최근 발표한 그록3은 고성능 GPU 20만 개를 사용돼 개발됐다. 이에 xAI는 고성능 칩에 냉각 플루이드를 직접 순환시켜 열을 흡수하는 직접 액체 냉각(DLC), 서버를 비전도성 액체에 담그는 방식인 액침 냉각(ILC)을 모두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액침 냉각을 통해 2021년부터 워싱턴주 퀸시 데이터센터에서 액침 냉각을 테스트해 전력 소모를 30~50% 줄였고, 구글은 직접 칩 냉각으로 PUE(전력 사용 효율)를 1.10 이하로 낮췄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이 2023년 인천 사옥 테스트에서 액침 냉각 기술을 테스트해 냉방 전력을 93% 절감한 바 있다. MWC 2025는 이런 혁신이 집결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