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로 자금수혈 노리는 AI 기업들, 주요 상장 예정사는?

S2W·인텔리빅스·노타·아크릴 연내 IPO 추진 자사 기술 고도화... 해외 시장 판로 개척 "장기적 전략과 명확한 사업모델이 성공 요인"

2025-03-10     유덕규 기자
/일러스트=챗GPT 달리.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상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줄 수혈로 글로벌 진출을 이룬다는 목표다. 실제로 올해와 내년 상장 계획을 밝힌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다만 대내외적 환경이 불투명한 만큼 기술력과 수익모델(BM)이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더에이아이(THE AI)는 올해와 내년 IPO를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쟁력을 분석했다.

◇ 리벨리온, 내년 상장 목표... NPU 시장 전망은 ‘불투명’

국내 최대 팹리스 반도체 기업인 ‘리벨리온’은 내년 상반기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0년 9월 설립된 리벨리온은 신경망처리장치(NPU) 기반의 AI 반도체칩을 개발했으며 삼성전자와 차세대 AI칩 ‘리벨(REBEL)’을 4nm(나노미터) 공정으로 공동 개발 중이다.

최근 딥시크가 값비싼 고성능 칩이 아닌 저사양의 칩으로 AI 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며 AI 칩 시장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았다. 앞서 지난해 12월 SK텔레콤의 AI반도체 자회사 사피온과 합병을 통해 1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알려졌다. 리벨리온과 사피온 모두 NPU 설계를 전문으로 해 R&D 역량에 있어 시너지가 날 것으로 분석된다.

NPU 시장의 경우 딥시크의 출현 이후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수요가 줄며 반사적으로 시장의 수요가 늘고 있다. NPU는 인간의 뇌를 모방해 뇌 신경세포가 서로 연결돼 신호를 주고 받는 것처럼 작동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값비싼 GPU보다는 AI 연산 부분에 있어서는 더욱 빠르고 전력 효율적으로 처리가 가능해 GPU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리서치회사 마켓츠앤마켓츠는 지난해 NPU 시장은 90억달러(13조1544억원)으로 추산했으며 연평균 25%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300억달러(43조848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AI의 사용이 늘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기업들의 NPU 수요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선 NPU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GPU가 구하기 힘들어 NPU를 대신 채택한다 하더라도 GPU를 따라 잡기는 아직 시간이 부족하다”며 “NPU가 GPU를 대체하려면 더 강력한 성능과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낮다”고 말했다. 이어 “GPU는 범용성이 좋지만 NPU는 AI 연산 외에는 활용도가 낮아 차별화를 갖추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리벨리온의 NPU의 실제 사용 사례가 크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일부 대기업에 NPU를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 해당 AI 모델의 성능은 입증되지 않았다. 기존 개발자들이 GPU 시스템에 익숙해 있다는 것도 걸림돌이 된다. 엔비디아 생태계에 종속된 이들이 단지 가격을 위해 리벨리온의 NPU를 사용할 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신규 AI 기업들은 NPU보단 GPU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 입증되지 않은 AI 칩보단 이미 입증된 GPU를 통해 AI 성능을 높여 선행주자를 따라잡는 것이 이들에겐 투자대비수익(ROI)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NPU 시장은 GPU 외의 시장을 나눠 갖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국내 NPU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크게 없다”고 말했다.

◇ 아크릴,연내 코스닥 입성 목표... 의료 AI 서비스 전망 ‘맑음’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의료 AI 솔루션 기업인 아크릴은 연내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아크릴은 설립감성 AI 분석 엔진 ‘조나단(JONATHAN)’, 의료 AI 솔루션 ‘나디아(NADIA)’,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 ‘아름(A-LLM)’ 등을 보유하고 있다. AI 기반의 의료 데이터 분석과 감성 인식 AI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크릴은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신제품 개발과 해외시장 확장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감성 AI 시장과 의료 데이터 AI 분석 시장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아크릴은 텍스트, 음성과 표정, 제스처 등에서 인간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식하는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 주력 분야다. 아크릴은 이러한 강점을 살려 의료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4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신과 전문의는 약 4500명 수준으로 OECD 평균 대비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 1인당 인구 수는 약 1만1000명으로 OECD 평균(6000~7000명) 대비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AI 중 심리 분야의 전망은 밝다. 4일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정신건강과 심리 치료용 AI 시장은 지난해 약 25억달러(3조6537억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해 120억달러(17조5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AI를 활용하면 국내 정신과 전문의의 부족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이 가능하고, 진단이나 상담 분야에 있어서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가능하다는 장점이 생긴다. 또한 길면 1~2달의 대기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 조금은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계점도 존재한다. 심각한 정신질환자의 경우 의사의 개입이 필요하고 개인 데이터나 상담의 책임 문제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일부 존재한다. 국내 의료법과 규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 인텔리빅스, 올해 코스닥 상장 목표

지난 2000년 설립돼 AI 기반의 영상 분석과 보안 솔루션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는 인텔리빅스는 올해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상장 후 AI 영상 분석 기술과 엣지형 AI 제품을 더욱 고도화하고 일본과 유럽을 중심으로 AI 솔루션을 보급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텔리빅스는 AI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 감지와 분석을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공공기관과 스마트시티, 교통모니터링, 산업 안전 등에 적용해 오고 있다. 캐나다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는 지난 2023년 AI 보안 영상 분석 시장의 규모는 약 48억달러(7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오는 2030년에는 150억달러(21조912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너는 내년에는 전세계 감시 시스템의 70% 이상이 AI 기반의 실시간 분석 기능을 포함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영상 분석 시장은 스마트시티와 공공보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며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AI 딥러닝 기술이 고도화되며 얼굴 인식 기술의 정밀도가 늘며 자동화된 보안 시스템이 확산될 전망이다.

인텔리빅스는 국내 AI 기업 중 몇 안 되는 흑자 기업으로 불린다. 그만큼 솔루션 적용 사례가 많다. 다만, 비전 AI 분야가 워낙 오픈소스가 많이 마련돼 있어 신규 기업 지출로 인한 경쟁 과열이 크다는 건 위험 요소다. 이에 인텔리빅스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은 오픈소스 기반 이상탐지만 할 수 있지만, 우리는 자체 기술을 기반으로 어떠한 탐지든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며 “비전 AI 시장 진출이 쉽다지만 최근 경쟁사들이 모두 사라졌을 정도로 이 시장은 기술력이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 S2W, 보안과 산업 AI로 시장 다각화

지난 2018년 설립된 에스투더블유(S2W)는 사이버 보안과 AI 기술을 결합해 딥다크웹과 텔레그램 등 히든 채널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부 기관과 기업에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S2W는 올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IPO를 준비 중이다. S2W는 IPO를 통한 자금 조달로 글로벌 보안 시장 확장과 AI 기반 보안 기술 고도화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2W는 현재 경찰청,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금융보안원(FSI) 등 국내 주요 기관과 인터폴, 대만 증권거래소, 인도네시아 정부 등 해외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는 삼성, SK그룹, 롯데멤버스, 현대제철 등에도 제공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마켓츠앤마켄츠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AI 기반의 보안 솔루션 시장은 220억달러(32조1398억원) 규모로 오는 2028년에는 520억달러(75조966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가 발전할수록 딥페이크와 AI 피싱 등이 늘어나고 있어 AI 기반의 자동화 탐지 기술과 클라우드 내 보안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 노타, 올해 상반기 IPO… 온디바이스 AI 글로벌 통할까

노타는 올해 상반기 IPO를 목표로 최근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핵심 관문인 기술성 평가에서 NICE평가정보와 한국기술신용평가로부터 각각 ‘A, A’ 등급을 획득했다. 노타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의 주요 요건을 충족한 점을 발판 삼아 공모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노타는 AI 모델 최적화 기술 전문기업이다. 자사 플랫폼인 ‘넷츠프레소’와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엣지 AI)을 제공한다. 엔비디아, 암(ARM), 퀄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다.

노타가 집중하고 있는 엣지 AI는 인공지능(AI)과 엣지 컴퓨팅을 결합한 기술로 기기에서 직접 AI를 실행하는 기술이다. 주로 스마트 디바이스나 IoI, 웨어러블 디바이스,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 드론 등에 사용된다.

특히 온디바이스에서 바로 AI를 실행하는 기술로 클라우드 AI의 한계를 보완하는 장점이 있다. 자율주행이나 자동화, 스마트시티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필수 요소로 자리잡을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엣지 AI 시장은 460억달러(67조1968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8년에는 920억달러(134조393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율주행과 스마트팩토리가 확산되고 5G 통신기술과 IoT 디바이스가 늘며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엣지 AI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의 자문회사 가트너는 클라우드 중심의 AI 인프라에서 엣지 컴퓨팅 중심의 AI 인프라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점쳤다.

◇ IPO 통해 성장 기회 모색... 장기적 전략 필요

IPO를 통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자금 조달을 통해 해외 진출이나 고유의 사업 모델들을 고도화할 수 있다. 다만 AI 기업들은 대체로 R&D 비용이 많이 들고 흑자전환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IPO 이후 실적 개선의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크며 단기간 내에 실적 개선이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 특히 빅테크들이 주도 중인 AI 시장에서 스타트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IPO를 통해 기회를 모색하는 건 좋지만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들도 늘 것”이라며 “기술 경쟁 심화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는 잘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들도 성공적인 IPO를 추진하려면 장기적인 전략과 명확한 사업 모델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