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AI로 신입사원 지원”… 인력난 돌파구

번역·문서 작성 등 단순 업무 줄어 과한 의존은 독... 참고자료로만 이용해야

2025-02-27     유덕규 기자
/일러스트=챗GPT 달리.

최근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산업계 전반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몇몇 기업에서는 인공지능(AI) 챗봇 등을 도입해 ‘귀하게’ 모셔온 신입사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이직하거나 관두는 팀원들이 많아 한숨을 내쉬는 업계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 같은 팀에 들어온 신입사원 3명 중 2명이 1년 새 이직하거나 관뒀다며 인력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좋은 기회가 생기거나 다른 개인적 사정으로 팀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었는데, 나간 자리만큼의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며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와 부진한 업황, 늘어난 인건비 등이 겹치며 회사 사정상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 AI 어시스턴트, 신입사원 업무 부담 덜어

인력난에 몇몇 기업들은 AI를 활용해 신입사원들의 업무를 덜어주는 시도를 하고 있다.

LG는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EXAONE)을 사내 임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제공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작년에 입사한 신입 사원이 사내 챗봇인 엑사원을 활용해 단순 업무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엑사원은 오픈AI 챗GPT나 퍼플렉시티(Perplexity)처럼 프롬프트를 입력해 활용할 수 있는 챗봇과 유사하다.

LG 한 관계자는 ‘메일을 작성해줘’라는 프롬프트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내용을 바로 보내거나 할 수는 없지만 참고할 수는 있고, 해외 메일의 번역이나 오타 수정 등의 간단한 문서 작업을 맡김으로 짧은 시간 내로 간편하게 내용을 미리 보거나 체크할 수도 있다”며 “적응이 끝난 직원들의 경우 활용하지 않던 시절이 더 길어 활용하는게 익숙하지 않지만 신입사원들은 오히려 우리들보다도 활용하는게 익숙해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엑사원을 활용해 나온 결과값을 그대로 활용할 순 없지만 당장 회사 업무에 적응 중인 신입 사원들에게는 굉장히 유용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 등도 직원을 위한 챗봇형 모델을 도입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부터 챗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2022년부터는 사내 협업 플랫폼 ‘팀즈’를 통해 챗GPT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5월 에스투더블유(S2W)와 사내 지식정보 플랫폼 ‘HIP(Hyundai-steel Intelligence Platform)’을 도입했다.

철강업계에 10년 근무한 한 관계자는 “오랜 회사 운영으로 축적된 방대한 자료들을 찾는데 챗봇이 도입되기 전에는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 필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며 “MZ세대 신입사원들이 빠르게 적응해 기존 직원들이 프롬프트를 입력하거나 사내 챗봇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후배들도 사내 챗봇을 활용하는 법을 몸소 알아내며 단순 업무들을 빠르게 처리하며 스트레스도 줄었다고 말한다”며 “예전에는 중간 직급 후배들이 단순 업무가 많아 업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많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 과한 의존은 독… “참고용으로만”

일각에서는 AI 모델 도입이 모두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입사원의 경우 잘못된 방향으로 챗봇을 사용하면 사내 정보가 유출될 수 있고 업무에 관한 숙련도가 늘지 않을뿐더러 결과물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참고 자료 수준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번역이나 외국어로 문서를 작성할 경우 동음이의어나 다의어를 잘못 번역할 경우도 생기는데 검수를 하지 않고 일을 처리해 버리면 이로 인해 업무에 새로운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AI의 모델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는 완전무결하지 않기 때문에 의존하지 말고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안전한 사내에 구축이 쉽기 않기 때문에 기밀 누출이나 실수 방지를 위해 더 신경 써야 한다”며 “AI를 활용한 결과물인지 직접 만든 결과물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