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전문가가 본 딥시크 “사용 위험? 사내구축 용도로는 안전”

고려대·KAIST AI 교수가 진단한 딥시크 안전·가능성 안전한 오픈모델은 대규모 GPU 필요 AI 패권 변화 기회... “국가적 AI 혁신과 인재양성 투자 필요"

2025-02-07     구아현 기자
(왼쪽부터) 김기응 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 겸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과 이성환 고려대 AI대학원장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 모델로 공개한 R1을 사내구축형으로 이용하는 것은 안전하다논 입장을 밝혔다./ THE AI

개인정보 유출 위험으로 중국 생성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 접속 차단’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딥시크 오픈 모델을 사내구축 용도로 사용하는 데는 안전하다는 진단이다.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AI 모델 ‘R1’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모델 출시 직후 미국과 유럽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챗GPT를 제치고 무료 다운로드 앱 1위에 오르는 등 사용자에게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이는 저비용으로 오픈AI의 추론모델 ‘o1(오원)’과 비슷한 성능과 속도를 내면서 오픈AI와 달리 오픈모델 공개해 온라인 서비스와 배포한 게 주요 요인이다.

하지만 딥시크는 온라인 서비스 형태에서 AI 자체 학습 과정에서 이용자 기본 정보와 사용자 기기 민감 정보 등 무차별하게 수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딥시크 프라이버시 정책에 따르면 사용 장비와 키보드 입력 패턴, IP 정보, 장치 ID 등을 모두 수집한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부터 입력하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파일 등이 모두 사용자 동의 없이 수집된다.

이에 각국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서 딥시크 금지령이 내려지고 있다. 미국은 국방부, 미항공우주국(NASA) 이용을 금지했고, 이탈리아는 앱스토어 내 딥시크 다운로드를 차단했다. 호주, 대만도 정부 기관 딥시크 이용을 금지했고 일본도 일부 지방정부 딥시크 이용을 금지하고 공무원 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우리나라도 국방부·외교부·통일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획재정부 등 정부 기관과 카카오·LG유플러스 등 기업에서 업무용 활용을 금지하고 있다.

‘딥시크 차단’, ‘딥시크 금지령’이 불거진 가운데 국내 AI 전문가들은 딥시크가 제공하는 모델을 구분해 잘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기응 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 겸 국가AI연구거점 센터장은 “오픈 모델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경우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걱정이 없다”며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사용하는 경우, 데이터가 중국으로 전송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딥시크는 두 가지 형태로 모델을 공개하고 있다. 하나는 허깅 페이스(Hugging Face)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모델을 완전히 공개해 사용자가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라인 서비스 형태로 챗GPT와 같은 방식으로 제공한다. 오픈 모델의 경우 딥시크가 공개한 오픈 모델만을 가져다가 사용자가 직접 자체 서버에서 실행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외부에 유출되지 않는다.

단 오픈 모델을 활용하려면 기업 수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장비를 갖춘 곳에서만 직접 활용할 수 있다. 딥시크의 경우 671B(약 6710억 개 파라미터) 규모 모델이다. 이성환 고려대 AI대학원 대표 교수는 “모델 크기가 개인이 활용하기는 어렵고 클라우드 슈퍼컴퓨팅 환경에서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연구실 수준에서 이 규모를 실행할 수 있는 곳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딥시크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에 대해 이성환 교수는 “딥시크가 보여준 성능과 효율은 인상적이지만 언어 지원 미흡, 지재권 침해 의혹, 훈련 비용 투명성 논란, 개인정보 이슈 및 하드웨어 종속적 최적화 문제가 존재한다”며 “모델 공개와 협업을 통해 발전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냐에 따라 딥시크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보았다.

딥시크 등장으로 오픈소스 경쟁이 이뤄지면 AI 패권을 잡는 기업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AI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국가적으로 AI 혁신과 인재양성에 집중 투자한다면 기회가 있다고 봤다.

김기응 교수는 “코로나19 이전에 중국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보다 중국 내에서 창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당시 중국 정부와 민간 자본이 적극적으로 AI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 결과물이 지금의 딥시크 같은 기업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의 연구 환경은 장비나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연봉 등에서도 해외에 비해 많이 열악한 편”이라며 “국가적으로 AI 혁신에 올인한다면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R1의 오픈모델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더  단가를 낮출 수 있고, 모델을 구축하는 기업들도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많아져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딥시크 등장으로 우수한 오픈모델 계속 등장하는 오픈소스 경쟁이 이뤄지면 글로벌 AI 주요 빅테크 위주로 돌아갔던 그들만의 리그가 평평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딥시크와 같은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고급 인력 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딥시크는 전체 연구개발 인력이 139명 정도로 구성돼 있고, 대부분 20∼30대의 젊은 인재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성환 교수는 “고급 인력 양성에 대해 지속적이고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굳건한 오픈AI 자리가 위협한 딥시크가 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인재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응 교수도 “딥시크가 전통적인 대기업의 거대한 연구조직이 아니라 별동대 소규모팀이 만들어낸 것을 참고하면 고급 핵심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며 “전반적으로 초·중·고 전주기 전 레벨에 걸쳐서 교육과정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