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충격’에 산업계 “GPU 확보 더불어 독보적 기술 만들어야”

딥시크 쇼크 대응·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 GPU 늘리고 하나로 모아 독보적 기술 키워야” 민주당, AI 인프라·기술개발 위한 추경 촉구

2025-02-04     구아현 기자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에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단순 지식 보유를 넘어 추론 AI 확보가 주도권 싸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구아현 기자

‘딥시크(DeepSeek)’ 충격에 인공지능(AI) 산업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숫자 경쟁보단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에서 국회의원들과 산업계 전문가들은 ‘딥시크 충격’에 대응해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계 대표로 나온 이들은 GPU 규모 경쟁을 무조건 따라잡는 것보단 전국에 흩어져 있는 GPU를 모으고 새롭게 추가해 AI 인프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무조건 딥시크와 비슷한 모델을 만들기보단 한국에서 잘할 수 있는 AI 기술을 목적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에서 최홍섭 마음AI 기술총괄 대표가 GPU 숫자 경쟁보단 온디바이스AI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최홍섭 마음AI 기술총괄 대표는 GPU 숫자 경쟁보단 온디바이스AI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GPU 숫자로는 경쟁할 수 없다”며 “현재 메타는 60만 장의 GPU를, 테슬라는 10만 장의 GPU를 보유하고 있지만, GPU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숫자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GPU 생태계인 쿠다(CUDA)를 대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자본 규모보다 엔지니어링이 중요한 온디바이스 AI 기술에 집중해 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AI 기술 종속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 주도 GPU 확보 속도를 늘리고 인프라 투자, 데이터, 인재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순 지식 보유를 넘어 추론 AI 확보가 주도권 싸움의 관건”이라며 “똑똑한 AI를 외주에 의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인 시도를 하려면 H100 등 좋은 GPU는 필수이며 좋은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면서 “내년에 3만 장이 확보가 되면 기술 개발에서 겪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에서 유용균 AI프렌즈 대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GPU를 하나로 모아서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아현 기자

산업계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GPU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용균 AI프렌즈 대표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GPU를 하나로 모아서 목적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며 “대규모 자원을 확보에 중앙에서 관리할 수 있는 자원 집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에이전트 기술 개발과 AI 연구의 구심점 역할을 할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개발자 부족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한 정책도 논의됐다. 고영선 SK텔레콤 글로벌사업개발실장 부사장은 “기업들이 AI 개발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며 “SK는 가치를 공유하는 스타트업 연합체인 K-AI 얼라이언스를 구성해 협업을 통해 AI 기술 전문단 집단으로 인재 부족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홍섭 대표는 “딥시크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인재”라며 “딥시크에는 200명 정도 AI 인재가 있지만 국내에는 그만한 AI 인재를 보유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력 있는 AI 인재는 억 단위 고연봉을 줘도 구하기 힘들다”며 “병역 특례 제도 개선 등 인재 유출 방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정우 센터장은 인재 확보는 중·단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 기술 인재들에 대해서는 양성을 넘어선 확보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글로벌에 진출한 이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매력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략기술 인재들에 대한 △병역 특례 제도 △AI 과학자 선발 △학교와 기업 간 5:5 겸직 허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력·부지 문제도 집중 논의됐다. 장기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진흥과 과장은 “전력과 부지 문제에서 산업부, 국토부와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며 “내년까지 엔비디아 H200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AI진흥TF단장(왼쪽) 등 야당 위원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정부와 여당에 촉구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이날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외원회 주최로 열렸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AI진흥TF단장,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추경 편성을 정부와 여당에 촉구하기도 했다.

황정아 의원은 “딥시크 쇼크로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AI 춘추전국시대가 됐다”며 “AI 종주국이 되겠다는 첫 이정표로 삼고 5조 원 이상 AI 연구개발(R&D) 예산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AI 골든타임 놓치는 것은 역사적으로 죄를 짓는 것이나 마차가지”라고 경고했다.

정동영 의원은 “국가AI위원회에 사령탑이 없는 상황”이라며 “AI위원장(윤석열 대통령) 부재도 문제이고 지금까지 회의가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향해 AI 위원장을 대행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AI 기본법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과방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지난 3일부터 딥시크 충격을 계기로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최소 5조 원 이상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자고 정부·여당을 향해 촉구하고 있다. ‘최소 5조 원’은 지난해 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본예산을 심사하기 전에 각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관련 예산 약 1조4000억 원에 국가 총지출의 5% 수준을 더한 것이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딥시크 쇼크’ 대응과 AI 발전 전략 긴급 간담회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AI 전략을 논의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구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