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AI 현장] AI 디지털교과서 실물 보니… “AI 기능은 비슷 콘텐츠 차이”

수업 준비부터 평가까지 AI 맞춤 기능 제공 “세부 콘텐츠는 다르나 기능 차이 못 느껴” 교사들, AIDT 품질은 만족 챗봇 수준은 기대 이하

2025-01-16     구아현 기자
15일 방문한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코리아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특별관에서 관람객들이 검정에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를 관람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진단 평가를 통해 학급별 선수 학습 수준을 파악, 학습 리포트에서 AI가 분석한 진단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습 상황에 따라 선생님이 수업을 재구성하고 학생 수준에 따라 추가 학습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15일 방문한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코리아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특별관에서는 이번에 검정에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 소개가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태블릿으로 접속해 실시간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교사는 실시간 학생 접속 및 학습 상황·수준을 볼 수 있었다.

기존 수업과 가장 다른 점은 선생님이 수업 중에는 학생들의 참여도와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시간 필기와 메모를 통해 다수와의 소통도 가능하다. AI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보충학습 자료를 제공하며, 교사는 이를 참고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해줄 수 있다.

15일 방문한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코리아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특별관에서는 검정에 통과한 AI 디지털교과서를 체험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몰렸다. /구아현 기자

이날 AI 디지털교과서 특별관에는 아이스크림미디어, 비상교육, 금성출판사-코들, 클래스팅, 미래엔, 와이비엔, 동아출판, 지학사-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교학사-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천재교과서 등이 참여해 AIDT를 선보였다.

검정에 합격한 여러 출판사 AIDT 살펴본 결과 크게 수업 준비, 수업하기, 평가하기라는 세 가지 구성에서 AI 핵심 기능을 공통적으로 제공했다. 수업 준비 단계에서는 AI가 학생들의 선수 학습 수준을 파악하고 교사 수업 설계를 지원한다. 교과 과정에 맞춘 다양한 멀티미디어 자료와 학습 활동을 추천해 주며,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개별 학급의 특성에 맞는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수업 시작하면 원격으로 학생 화면이 바뀌면서 교사가 설계한 학습 과정에 따라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는 대시보드를 통해 AI 리포트를 받아 학생의 진도와 이해도·학습 수준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교사는 학급 전체 평균을 파악할 수 있으며 학급·학생 맞춤형 추가 자료나 문제·과제를 AI 추천을 통해 부여할 수 있다.

15일 방문한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코리아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특별관 비상교육 AI 디지털교과서를 관람객들이 체험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 세부 콘텐츠는 달랐지만, AI 기능은 비슷

수학·영어·정보 과목마다 세부 콘텐츠는 조금씩 달랐지만 대체로 AI 기능은 비슷했다. 이는 AIDT가 교육부 제시한 AIDT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발이 이뤄졌으며, 기술 평가 부문에서 엄격한 검정 기준을 통과한 교과서만이 최종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AI 기능은 선생님을 보조하는 선에서 제공되고 선택과 최종 결정은 선생님이 할 수 있도록 설계 됐다.  AI 기능으로 주목된 맞춤형 문제의 경우도 먼저 AI가 맞춤형 문제를 추천하고 이를 선생님 선택하거나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가 학생 수준을 낮음으로 평가해 쉬운 문제를 추천해도 선생님이 평소 잘 하는 학생인데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문제를 잘 못 풀었다는 걸 파악하고 문제 수준을 바꿀 수도 있다. 

수학의 경우 필기로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능들도 포함됐지만 학생들이 공책에 문제를 풀고 이를 디지털로 전환해 데이터를 저장하고 채점할 수 있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은 없었다. 클래스팅 AI 관계자는 “OCR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면 개인 정보 문제도 있고, 수업에 불필요한 이상한 사진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영어의 경우 기대했던 AI 챗봇과 영어로 대화하는 식의 기능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지를 통해 대화를 텍스트 형식으로 제공하고 이를 학생이 녹음해 전달하면 발음을 분석해 주는 기능이 있었다. 이날 만난 한 영어 교사는 “AIDT에는 기존 교과서에 없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존재한다”며 “학생들이 발음 분석이나 질문 등을 통해 말하기 능력을 키울 수 있어 이를 사용하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성출판사-코들이 15일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코리아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특별관에서 선보인 고등학교 정보 과목 AI 디지털교과서 AI 챗봇이 학생이 입력한 코드에서 잘못된 부분을 짚어주고 정답을 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구아현 기자

◇ “챗봇 수준은 떨어져”

이날 본 AI 챗봇 수준은 기대보다 떨어졌다. AIDT를 체험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AIDT가 프로토타입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다”며 “AI 챗봇 기능은 챗GPT 등 기존에 나와 있는 서비스에 비하면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AI 챗봇은 생성형 AI가 아닌 롤 기반의 AI로 현재 수업과 관련된 내용만을 물어보고 대답해 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본적으로 비속어 필터 기능이 있으며, 수업 내용과 무관한 내용에는 대답을 해주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날 만난 YBM 관계자는 “이는 교육부가 생성형 AI가 할루시네이션(환각) 등 문제로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생성형 AI 기능을 뺀 것”이라며 “기술적으로 가능하나 정확·신뢰성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AI 챗봇은 AIDT는 추천 질문을 통해 프롬프트 입력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챗봇에는 손 글씨, 문자, 말하기를 통한 질문이 가능했다. 태블릿 연필을 통해 직접 식을 써서 질문하거나 마이크를 눌러 음성으로 말을 하면 AI가 이를 인식해 써주는 식이다. 챗봇의 경우 질문에 대한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정답을 알려주기보단 정답을 찾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주는 튜터 기능을 높였다. 고등학교 정보 과목 AI 챗봇은 파이선 수업에서 코딩을 직접 작성해 주는 것이 아닌 가이드라인을 줘 코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DT는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AI 챗봇에도 선행학습에 대한 질문이나 맞춤형 문제는 제공되지 않는다.

아이스크림미디어가 15일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코리아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특별관에서 선보인 영어 AI 디지털교과서에서는 듣기, 쓰기, 말하기, 읽기 다각형 그래프를 통해 학생별 학업 성취율을 분석해 제공한다. /구아현 기자

◇ AI 수준 평가 “편해” VS “믿을 수 있을까”

AIDT는 기본적으로 AI 평가 & 피드백 기능을 제공했다. 학생 수준을 느린 학습자에서 빠른 학습자로 구분하기도 하고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을 적어주거나 AI 총평을 해준다. 예를 들어 이차방정식 수업이 끝나고 AI 총평에 “학생 1은 이차방정식을 구하는 과정을 능숙하게 수행했으며 근의 공식을 유도하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또 함수 단원에서 그래프를 그리는 능력이 우수하며, 해석하는 능력도 뛰어났습니다. 특히 팀 프로젝트 시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다른 조원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며 함께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주제 선정부터 보고서 작성까지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자동 평가가 되는 식이다. 이는 선생님이 보고 수정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은 이 기능에 대해 편하지만 믿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AI가 평가한 느린 학습자에서 빠른 학습자를 온전히 믿으면 안 될 것 같다”며 “평가 기준에 대해서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돼 있는지 보이지 않고 결과만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 각각의 피드백을 다 작성해 주기 어려울 때가 많은 데 AI가 학습 분석을 통해 초안을 작성해 주니 편하다”며 “교사는 검토하고 이를 수정하기만 하면 돼 업무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클래스팅이 15일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에듀테크코리아 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특별관에서 선보인 AI 디지털교과서 수학은 나의 학습 맵을 통해 단원마다 학습이 필요한지 충분한지 분석해준다. /구아현 기자

현장에서 만나 교사들은 AIDT에 품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 도입과 예산을 걱정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능력, 인터넷 환경 등에 따라 수업이 잘 진행될 수 있고 아닐 수 있다”며 “AIDT는 기존 종이 교과서보다 가격이 높지만 학습효과가 좋을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높으니 지속적으로 학교에서 선택하고 제공할 수 있을지 우려되고 투자한 만큼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AI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 공교육 도입 목표로 개발돼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국어 과목을 도입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최종 검정에 통과된 76종의 AIDT가 선정됐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야당 주도로 AIDT를 ‘교과서’ 지위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의결돼 정부로 이송됐다. 교육부는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다음 주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AIDT 국회 개정안 재표결 결과와 무관하게 올해 1년간 학교별 자율 선택에 맡기기로 하면서 AI 검정에 통과한 교육 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