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韓 AI에 미칠 영향은?
‘미국 우선주의’ 강조해 온 트럼프, 백악관 재입성 성공 美 AI 빅테크 기업에 지원 강화, AI 규제보단 진흥에 무게 韓 AI 기업들 기회보단 위기… 尹 정부 목표인 AI G3 의미 없어
도널드 트럼프가 돌아온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만큼, 한미 관계나 경제 분야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화두인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기회이자 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美 AI 빅테크 기업, 기술 성장시킬 동력 확보
글로벌 AI 1위 국가인 미국은 트럼프 2기를 맞이하면서 AI 산업 성장이 크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선 자국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유리한 판을 깔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공약으로 법인세를 최대 15%까지 인하하고 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에 공표한 TJCA(Tax Cut and Jobs Act,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인하)가 2025년 만료됨에 따라, 법인세 추가 인하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목표치는 15%로 설정했다.
법인세가 낮춰지면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자금을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AI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비용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글,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아마존 등의 기업들은 AI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CNN의 보도에 따르면,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유세에 긍정 의견을 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묻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인터뷰에서 “요즘 구글을 보면 이들이 트럼프에게 훨씬 더 기울어져 있는 걸 알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빅테크는) 트럼프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 트럼프 당선인, AI 규제보단 진흥에 무게
트럼프 당선인은 AI 진흥을 막을 수 있는 규제도 대폭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AI 산업 규제가 담긴 행정명령인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사용에 관한 행정명령’을 취임 첫날 철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행정명령은 AI 개발과 배포 분야에서 기업이 사용자 안전을 중시하고 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AI 개발 기업은 미국의 안보, 건강,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AI 모델에 대해 정부 검증 전문가팀의 안전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고, AI로 만든 이미지 등에 워터마크 표식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참고로 트럼프 당선인은 AI 콘텐츠에 워터마크 표식을 넣는 것을 ‘불법 검열’로 간주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러한 산업 규제보단 산업 진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들이 유리한 환경에서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AI 행정명령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그는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 2월, 미국 중심의 AI 산업 성장을 지원하는 행정명령을 공표한 바 있다. 참고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규제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 기회보단 위기에 무게 실려… “AI G3 달성해도 의미 없어”
한국 AI 기업에겐 미국의 움직임이 큰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려스러운 점은 기회보단 위기에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AI 업계에선 현재 윤석열 정부가 목표로 하는 AI 3대 강국인 ‘AI G3’를 달성한다 해도 1위인 무게가 격차가 너무 커져 이 목표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관세 인하 등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 격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AI 분야 ‘퍼스트 무버’인 기업들에게 넓은 고속도로가 확보된 셈이다. 반면, ‘패스트 팔로어’로서 발 빠르게 기술 추격에 나선 국내 기업은 벌어진 기술 격차를 따라가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AI 투자 금액의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언어모델(LLM)이나 파운데이션 개발과 활용에 필요한 AI 반도체 공급에서도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AI 강국의 절대 1위를 사수하고 2위인 중국과 격차를 벌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글로벌 AI 3위 국가인 G3를 달성하더라도 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 기업의 미국 수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기업의 법인세를 최대 15%까지 인하하겠단 공약을 내세우면서 이에 따른 세수 부족분은 관세를 높여 충당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 기업이 개발한 AI가 미국에 수출되는 경우 그만큼 관세가 더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은 한국 AI 기업엔 기회의 시장이다. 이미 국내 대기업은 물론 올거나이즈, 알체라, 딥브레인AI 등의 스타트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관세가 올라가면 기업 수익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 진출 길이 아예 막힐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우려가 존재한다. 삼성KPMG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 AI 산업을 자국 기업 중심으로 재편이 추진될 경우, 한국 기업에게 AI 서비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미국 AI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한 미국 AI 생태계 진입 장벽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미국 AI 기업과의 제휴가 강화된다면 AI 서비스 영역에서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마존 베드록을 비롯해 오픈AI GPT 모델 등을 연계해 사업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기업들은 미국 우선주의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AI 업계의 관측이다.
AI 반도체 분야에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반도체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며 중국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면서 반도체 기술 패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에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중심 정책을 구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는 3대 국가 중 하나인 한국은 미국이 반도체 경쟁 우위 확보에 나서면서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다. 삼정KMPG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전후방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가 심화함에 따라 일부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AI 반도체 등 고성능 반도체 분야에 있어 핵심 파트너 위치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해 축하 인사를 나누며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약 12분간 통화하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 슬로건으로 대승을 거둔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앞으로 리더십으로 위대한 미국을 이끌어가길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감사하다”며 “한국 국민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