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기반 생성형 AI는 끝났다”
엔비디아, 2024년 AI 산업 전망 발표
엔비디아가 텍스트 기반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는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젠 텍스트뿐 아니라 음성, 이미지 등 멀티모달 모델이 대부분 자리한다고 보았다. 생성형 AI의 치부인 할루시네이션 현상으로 검색증강생성(RAG) 시장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제기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AI 산업 전망을 발표했다. 이번 전망은 엔비디아에 근무하는 AI, 컴퓨팅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현재 AI 인기를 불러온 대형언어모델(LLM)과 이를 활용한 생성형 AI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내년엔 RAG 등의 기술과 AI 슈퍼컴퓨팅 등이 지원으로 본격 생성형 AI 활용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텍스트에서 멀티모달로… RAG 활용 ↑
이번 전망에선 멀티모달이 향후 생성형 AI를 이끌어간다는 전망이 나왔다. 카리 브리스키(Kari Briski) AI 소프트웨어 부문 부사장은 “텍스트 기반 생성형 AI는 이제 과거의 일”이라며 “생성형 AI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많은 업계에선 멀티모달 LLM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또 “소비자는 이를 통해 텍스트, 음성, 이미지를 조합해 표, 차트, 도식에 대한 쿼리에 보다 맥락이 맞는 답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멀티모달 AI는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모달(감각)’을 동시에 받아들이고 사고할 수 있는 AI 모델을 뜻한다. 텍스트를 비롯해 음성, 제스처, 이미지, 표정, 생체신호 등 여러 데이터를 함께 받아들여 결과물을 낸다. 구글이 최근 출시한 ‘제미나이’나 LG AI연구원의 ‘엑사원’ 등이 대표 모델이다.
브리스키 부사장은 멀티모달 AI는 물리 과학, 생물 과학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텍스트 형식뿐 아니라 PDF, 그래프, 차트, 슬라이드 등으로 이해할 수 있어 AI 활용 폭이 커져서다. 일례로 과학 쪽 논문에는 차트나 이미지 등이 많은데 멀티모달 AI는 기존 텍스트 AI와 달리 이러한 데이터도 활용할 수 있다.
브리스키 부사장은 생성형 AI 기술 발전에 따라 검색증강생성(RAG) 기술 역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RAG는 방대한 양의 대규모 원천 데이터에서 AI가 필요로 하는 특정 정보나 지식만 정확하게 검색하는 기능이다. 이를 활용하면 대규모 데이터에서 필요한 정보만 수집해 정확한 답변이나 문장을 생성할 수 있다.
브리스키 부사장은 “기업이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앱)과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LLM을 훈련할 때 부정확하거나 무의미한 답변을 해결하기 위해 RAG를 활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AI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내년엔 RAG에 관한 더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RAG는 생성형 AI의 허언증 현상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의료, 금융, 소매, 제조 등의 분야에서 더 적은 리소스로 더욱 정확한 생성형 AI 앱을 구현할 수 있고, 최종 사용자는 데이터와 자연스럽고 직관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멀티모달 챗봇과 맞춤형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서 RAG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은 포티투마루, 올거나이즈 등이 있다.
◇2024년은 생성형 AI 활용의 해
RAG는 기업용 AI 활용이 높아지면서 시장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생성형 AI 앱도 커스터마이징이 되고 있는 만큼, RAG 역시 필요해졌단 분석이다. 마누비르 다스(Manuvir Das) 엔비디아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부문 부사장은 “기업에 커스터마이징이 도입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한두 개의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다양한 부분에 적합한 독점 데이터를 사용해 수백 개의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덕션 단계에서 이러한 맞춤형 LLM이 실행되면 데이터 소스를 생성형 AI 모델에 연결해 보다 정확하고 정보에 입각한 응답을 제공하는 RAG 기능을 갖추게 된다”며 “암독스, 드롭박스, 제넨테크, SAP, 서비스나우, 스노우플레이크와 같은 선도적인 기업들은 이미 RAG와 LLM을 통해 새로운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스 부사장은 사전 훈련된 오픈소스 모델로 생성형 AI 상용화가 많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이 선행 모델을 실시간 데이터나 비공개 데이터와 결합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기업은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과 AI 모델 파운드리 서비스부터 데이터센터, 엣지, 데스크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에서 AI 컴퓨팅과 소프트웨어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상용 AI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마이크로서비스 역시 많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내년에는 개발자가 서비스형 RAG와 같은 AI 마이크로서비스를 통해 상용 AI 모델을 커스터마이징함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의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은 최신 비즈니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능형 어시스턴트와 요약 툴을 통해 AI 기반 생산성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슈퍼컴퓨팅 지원 기업 많아져
클라우드에서 AI 슈퍼컴퓨팅을 지원하는 경우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기업들의 LLM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을 제공하는 업체가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찰리 보일(Charlie Boyle) DGX 플랫폼 부문 부사장은 “올해 기업들은 LLM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신규 인프라와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았으며, 다른 기업 이니셔티브의 우선순위를 언제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코로케이션 제공업체 등 다른 기업을 위해 데이터를 처리하고 프로세싱하는 업체들은 풀스택 AI 슈퍼컴퓨팅과 소프트웨어로 기업을 지원할 ”이라면서 “이를 통해 사전 훈련된 모델을 맞춤 설정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더 쉽게 배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부터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를 사용해 비식별 데이터를 활용, LLM을 구축하고 맞춤화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기반 슈퍼컴퓨팅을 통해 채팅, 동영상, 코드 등 비정형 데이터를 획득해 생성형 AI 개발을 멀티모달 모델 훈련으로 확장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도약으로 표와 기타 정형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을 뛰어넘어 질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답변을 제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여기에는 건강 검진 시 이상 징후 감지, 소매업의 새로운 트렌드 발견, 기업 운영 안전성 향상이 포함된다고 했다.
◇ 양자 컴퓨팅 활용 증가… AI 개발 대중화 시대 열려
향후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자 컴퓨팅 활용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제시됐다. 이안 벅(Ian Buck) 하이퍼스케일과 HPC 부문 부사장은 “한때 컴퓨터 과학의 틈새 분야로 여겨졌던 양자 컴퓨팅에 대한 탐구가 주류가 될 것”이라며 “기업이 학계, 국립 연구소와 함께 재료 과학, 제약 연구, 아원자 물리학, 물류 분야의 급속한 발전을 추구함에 따라 양자 컴퓨팅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I 선두주자들은 두 가지 주요 계기로 양자 컴퓨팅 연구를 시작할 것으로 보았다. 이 두 가지는 기존 AI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양자 프로세서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과 하이브리드 클래식 양자 컴퓨팅을 위한 개방적이고 통합된 개발 플랫폼의 가용성이다.
AI 개발이 대중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리차드 캐리스(Richard Kerris) 개발자 릴레이션 부문 부사장은 “사실상 모든 사람이 어디에서나 개발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기존에는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특정 개발 언어를 알고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했지만, 컴퓨팅 인프라가 점점 더 소프트웨어 개발 언어에 대한 훈련을 받게 되면서 누구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디바이스 지원 등을 기계가 만들도록 명령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AI 개발과 활용에 있어 안전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니키 포프(Nikki Pope) 엔비디아 AI·법률 윤리 부문 책임은 업계 전반에서 채택될 새로운 표준화된 안전 프로토콜과 모범 사례를 통해 생성형 AI 모델 전반에 걸쳐 일관되고 높은 수준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기업들은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해석 가능성에 더욱 집중하고, 새로운 도구와 방법론을 사용해 복잡한 AI 모델의 의사결정 과정을 밝힐 것”이라며 “생성형 AI 생태계가 안전을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AI 기술이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으며 인간의 가치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